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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의도치 않게 재택근무를 수행하게 된 사람들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기사가 있었다.기사링크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던 제도를 성급하게 도입해 보니 기존에 가지고 있던 환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던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재택근무가 주는 달콤한 환상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는 다르다.

먼저 재택근무는 원격근무의 한 형태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격근무가 재택근무와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념상 재택근무는 원격근무가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중 하나일 뿐이다. 원격근무는 말 그대로 떨어진 장소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그곳은 집이 될 수도 있고, 원격지의 또 다른 사무실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하나의 팀이라는 점이다. 같은 팀이 물리적으로 떨어진 위치에서 일하는 게 원격근무다. 애초에 업무상 분리되어 있는 팀들이 원격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면 그건 그냥 본점과 지점 개념에 가깝다.

즉, 원격근무는 재택근무를 포괄하는 것으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근무 진행이 가능한 형태를 말한다.

재택근무는 편하다?

재택근무는 출퇴근등의 이동 시간을 절약하는 대신 개인에게 다른 할 일들을 부여한다. 간단하게 혼자서 점심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음식을 준비하는 최소의 시간과 먹은 후 정리하는 시간 그리고 휴게 시간을 생각한다면 업무 장소 근처의 식당에서 사먹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하루의 시작에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맡으며 기분을 전환하는 것도 생산성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재택근무라고 해서 이런 일들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게으름등의 이유로 하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재택근무의 생산성은 개인별로 다르다. 재택근무가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긴 어렵고, 개인별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재택근무는 편하고 쉬운 것이 아니라 해내기 어려운 일에 속한다. 그럼에도 육아나 기타 사정으로 인해 이 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운영되고 있는 것이지, 재택근무가 기존의 업무 환경보다 진보된 형태라고 보면 곤란하고, 다만 다양한 삶의 형태를 포용하기 위한 다양성의 일환이라고 보는게 나을 것이다.

위 사항은 재택근무를 원격 근무로 바꿔 읽어도 동일하다.

원격근무는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앞서 이야기한 것의 연장에서 원격근무 그 자체는 생산성 향상을 담보하지 않는다. 생산성이 향상되는 지점은 원격근무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세간에 나오는 얘기중 원격근무를 시행했더니 부장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것들이 바로 이 얘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원격근무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동기적으로 일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은 프로그래밍과도 같은데, 조직이 비동기적으로 동작하려면 가능한 모든 동기적 요소(blocking call) 들을 없애거나, 한 군데에서 관리해야 하며 그 동기화된 블록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팅을 소집하기 전에 어젠다를 확정해야 하고 꼭 필요한 참석자들이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사전에 조정해야 한다. 이는 갑작스럽게 소집되는 스케줄이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업무와 관련된 메시지는 한번에 모든 의도를 완결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김대리” 라고 부른 다음, 김대리가 답을 하면 “어제 파트너사에 견적서 전달했어?” 라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제 파트너사에 견적서 전달했는지 알려주세요” 라고 한번에 메시지가 가야 한다.

원격근무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리적으로 떨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일하는 팀이 비동기적으로, 느슨하게, 하지만 끈끈하게 얽혀 있도록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식의 업무 문화에서 생산성이 낮은 사람은 숨을 곳이 없다. 누가봐도 뻔하게 드러나게 된다. 한편 생산성이 좋은 사람이 낮은 사람들에 의해 발목 잡힐 일도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팀 전체의 생산성은 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원격근무는 신뢰 위에 동작한다.

그럼 트레이드오프는 어떤 게 발생할까? 원격 근무 -비동기화된 근무- 라고 부르자. 동기화된 형태에 비해 상호간의 높은 신뢰 수준을 요구한다. 서로간의 기본적 믿음이 없으면 동작하지 않는다. 내 메시지에 상대방이 바로 답을 주지 않는 이유는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에 상대방이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는 존중과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되,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다른 업무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이메일을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들을 활용해야 한다. 도구 도입은 그 자체로 오버헤드를 발생시키는 측면이 있으니, 팀원들과 문제점들을 하나씩 확인해 가면서 상황에 맞는 도구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도구 도입의 원칙 참고)

제도를 어뷰징 하는 자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원격근무의 근간은 신뢰이다. 어뷰저는 신뢰 비용을 증가시키므로 제도 자체를 운영할 수 없게 만든다. 원격근무 중 지켜야 하는 팀내 원칙들을 만들고, 규칙을 회피하며 사익을 위한 행동을 하는 어뷰저에게는 걸맞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

결론

결론으로 한 줄 요약을 적자면, 원격 근무 하듯 일을 하면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생산성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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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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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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