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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소프트웨어 패치 내듯이 내다니, 가이낙스는 오타쿠 집단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니까 극장판으로 나왔던 에반게리온 서, 에반게리온 파는 쉽게 말해 service pack 같은 거. 기존의 TV 시리즈에서 미흡했던 부분들, 수습 안됐던 부분들에 대한 패치다. 다음편 부터 뭔가 본격적일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끝난다.
고등학교 때 친구의 비디오 세트를 통째로 빌려서 학교 교실에서 여럿이 모여 몰래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 당시 이 만화가 내 정신세계에 가한 충격은 상당했다. 같이 봤던 친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15년 이나 지난 지금에서는 소년의 성장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이 던져준 철학의 메세지들에 냉담할 만큼 이젠 식어버렸다고나 할까? 아니면 '성장' 은 더 이상 나에겐 키워드가 아니라고 해야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치여 살기 시작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자체의 퀄러티는 그야말로 최고였고, 덕분에 철없이 열광하던 옛날을 떠올려 줘서 좋았다. 오타쿠 냄새 폴폴 나는 애들한테 (100% 남자) 둘러싸여 관람을 한 것도 재밌었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