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EBS 다큐프라임 2 부 도덕성 편을 봤는데, 아주 재밌었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의 도덕성이란 게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확인을 시켜주더군요.
흥미로운 실험들이 아주 많았는데요. 다음 링크에서 여러 실험들 설명을 인용해봅니다. 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충격! 대단한 매체의 힘
어린이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세 종류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인형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인형을 보살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세 번째 그룹에게는 인형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작진은 각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내 인형이 있는 방에 들여보내고 관찰카메라로 그들의 행동을 10분 동안 관찰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놀랍게도 아이들은 그들이 본 화면과 똑같이 행동하고 말까지 따라했다. 공격적인 행동을 본 아이들은 공격적으로, 친절한 모습을 본 아이들은 친절하게, 무관심한 태도를 본 아이들은 무관심하게 인형을 대했다. 아이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없이 화면을 통해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만약 사례금으로 약속과는 달리 오만 원이 더 든 봉투를 받는다면?
하루 전날, 대학생들에게 방송출연에 대한 대가로 십 만원을 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촬영이 끝나고 제작진 한 명이 십오 만원을 건네며 약속한 금액이 맞느냐고 질문한다. 이 때, 대학생들의 반응은 돈을 돌려준 사람과 돌려주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이때 당신이라면 오만 원을 돌려줬을까?
도덕지수가 낮으면 인생관이 비관적?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발달심리연구소장)팀과 함께 초등학생 삼백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도덕지수를 측정했다. 검사는 총 이백팔십문항의 기초질문지로 이뤄졌고 정서, 인지를 먼저 측정하고 그것을 행동과 맞춰보았다.
제작진은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 6명과 평균적인 아이 6명을 초대해 도덕성을 이루는 ‘행동’적 요인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 내용은 몰래카메라 상황에서 아이들이 규칙을 잘 준수하는지, 유혹을 이겨내고 자제력을 갖는지, 경쟁상황에서 분별력은 있는지 등으로 이뤄졌다.
행동실험결과, 앞의 설문조사에서 측정한 도덕지수를 이루는 정서와 인지 부분이 행동요인과 모두 맞아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아이의 특성은 모두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에게서 나타났다. 이를테면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집중력이 높고 스스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고 친구 사이에 인기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아이들의 인생관까지도 알아보았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역시 인생에 대한 만족도나 희망, 좌절극복력, 행복지수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도덕지수가 평균적인 아이들은 삶에 대한 만족도도 낮았으며 인생관 역시 매우 비관적이었다. 다시 말해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의 미래인생관이 훨씬 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아기들도 본능적으로 선(善)함을 알아본다!
십 개월 된 아기들에게 세모가 동그라미를 밀어 올려주는 동영상과 네모가 동그라미를 방해하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즉 세모는 도와주는 도형이고 네모는 방해하는 도형인 것이다. 아기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난 뒤, 세모와 네모를 제시하자 신기하게도 아기들은 모두 세모를 선택했다. 동그라미와 네모를 제시했을 때도 아기들은 네모를 선택하지 않고 동그라미를 선택했다. 즉, 10개월 된 아기들도 세모가 도와주는 선(善)한 도형이고 네모가 방해하는 악(惡)한 도형이라는 것을 알아봤던 것이다.
이처럼 남을 도우려는 이타성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계속 발달시켜나가는 쪽이 있고 사장시켜 버리는 쪽이 있을 뿐이다. 자, 당신의 아이는 지금 어느 쪽으로 자라고 있는가?
위에 언급되지 않은 재밌는 실험이 또 하나 있었는데요. 선생님이 7살 어린 친구 하나와 방에 들어가서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은 1 장 밖에 없고 어릴 때 찍은 정말 아주 소중한 사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 사진 좀 찢어주겠니 라고 부탁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불편한 표정과 함께 사진을 찢습니다. 이 실험은 잘못된 권위에 의해 개인의 도덕성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것과 비슷한 밀그램의 실험 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었지요. 둘 다 부당한 권위 앞에 도덕을 버리고 복종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실험들 입니다.
어쨋든 프로그램의 결말은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라는 겁니다. 정말 신기했던 마지막 실험이 이건데요. 불과 10개월된 아기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인간의 본능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 같습니다. EBS 에서 밤 시간대에 재밌는 게 많이 하는군요. 편성표보고 이 시리즈 챙겨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