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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특례로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뒤 복학하여 필수 이수 과목들을 듣고 학점 펑크가난 과목들을 재수강하며 보냈다. 몇 년 학교를 떠나 있으면서 수학 공식들을 모두 잊어먹고, 처음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미적분학부터 재수강했었는데 수학 공부가 무척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수학 재미에 푹 빠져 혹시 나에게 숨어있던 수학 재능이 뒤늦게 발굴된 건가 싶어 수학과 전공 학생들이 듣는 자연대 선형대수 과목을 수강해보고는 다시금 겸손해져서 원래 하던 전공이나 잘해보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었다. 이런 저런 책도 많이 읽었고, 인생에서 공부가 재밌었던 몇 안되는 시기였다.

그러게 졸업시기가 다가왔고, 여름 졸업을 하려했으나 이수해야 하는 전공필수 과목 하나가 2학기에 개설이라 어쩔 수 없이 2학기까지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교내를 걸어다가 마침 게시판에 붙은 인턴쉽 공고를 보고 그거나 해볼까 싶어 해당 회사에 지원서를 내게 되었다.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면접을 보러 갔는데, 1차 면접 후 인사부서에서 기존 전형에 없던 부서로 면접을 한번 더 잡아 주셨다. 아마 인턴쉽 모집 분야 보다는 그 쪽이 더 회사측에도 좋을 것 같아 그리해주신 것 같다. 운 좋게 합격하여 그 회사의 개발팀에 들어가 일을 해볼 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해당 인턴쉽은 사실상 정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이었고, 용돈벌이나 기대했던 나는 외국계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졸업 후 커리어를 이어가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이곳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공부할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고, 프로세스도 잘 잡혀 있었다. 특히 당시까진 여전한 판매 방식이었던 shrink wrap 식 글로벌 최고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니, 여러모로 안목을 넓힐 기회였다. 단점이라면 본사가 아닌 지사 그것도 전체 매출의 1% 가 겨우 되는 대한민국 시장의 지사에 그치고 말아서 조직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과 오래된 조직인 만큼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활력이 부족하다는 점 정도가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이전에 한번도 다뤄보지 않았던 윈도우즈 기반이라 적응에 애를 좀 먹었다. 이전 까지 실무에서 쌓은 경험들은 유닉스 POSIX 표준 하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들 작성이었는데, 윈도우즈는 운영체제의 기본부터 달랐다. 게다가 맡은 프로젝트의 특성 또한 이 어려움에 한 몫했는데, 당시엔 닷넷이 나와 c# 등으로 편하게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고 있고, 구글에서는 웹 기반 제품이 출시되어 계속 업데이트를 해나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속한 프로젝트는 구식인 Win32 API 를 익히고, COM 기반의 라이브러리를 다루는 작업들이 주어졌다. 잘 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웹이나 안드로이드앱 개발 같이 조금 더 어플리케이션 영역의 개발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쨋든 소프트웨어 명가 답게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보다 프로젝트 관리나 리스크 관리 등과 관련된 것들을 더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글로벌 회사에서 이미 자리 잡은 제품의 다음 버전을 출시할땐 프로젝트 일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데, 이유는 개발이 1개월만 늦어져도 집행예정인 마케팅 비용이 대단한 규모가 때문에 어떻게든 출시 일정을 지켜야했다. 한편 제품 필수 기능이 부러진 채 출시할 순 없으니 이 둘 사이의 균형잡기가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이었다.

이 회사에서 시간은 마냥 잘 흘러갔다. 개발을 하며 배우는 것도 많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일도 많았다. 특히 사내 농구 동호회에 가입하여 일주일에 한번 운동을 하였는데, 반복되는 회사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활력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일은 비밀리에 사내 연애를 해서 결혼까지 한 것이다. 평생의 짝이 되는 인연을 찾았으니 사회적 기능으로서의 직장이 해 줄 수 있는 건 모두 얻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는 아이폰이 이뤄낸 혁신을 따라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온갖 스타트업들이 나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앱들을 출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인생의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개인의 삶에서도 새로운 방향을 시도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천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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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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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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