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하는 데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풀어내려니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때 말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이와 관련된 부분이 있어 발췌해봤다.
억지로 말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네가 해야 할 일이다. 억지로 말을 끌어내려고 하면 점점 더 꼼짝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네가 해야 할 일은 네 마음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나눠놓고 한번에 하나씩 쓰는 것이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와 무엇을 먼저 말할 것인가를 동시에 한꺼번에 생각하려고 하면, 일이 너무 어려워진다.
일단은 머릿속에 담겨 있는 세부적인 생각에 대해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다. 글이 써지기 시작하면 습작 노트에 되는대로 갈겨둔다. 그리고 다른 생각이 들면 역시 또 동일한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모인 작은 글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별도로 진행한다. 글을 쓰는 내내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위 발췌는 지금 한창 읽고 있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 나온 부분이다. 이외에도 글쓰기와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더 나온다.
주인공이 자신의 대학 수업에서 글을 쓰기 어려워 하는 학생에게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서 써보라고 말한다. 그 학생은 글을 써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도시의 중심가에 대해서 써보라고 시킨다. 역시 써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그 도시 중심가의 낡은 한 건물에 대해서 써보라고 시킨다. 단 그 건물의 앞면에 대해서만 글을 쓰되, 글의 시작은 건물의 왼쪽 제일 위에 있는 벽돌에서 부터 시작하라고 정해준다. 학생은 글을 써냈다. 억지로 쓴 정도가 아니라, 펜을 대자마자 빠져들듯 글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이것은 창의성과 제약에 대한 이야기다. 창의적인 작업은 제약이 있을 때 극대화된다. 앞의 이야기에서 처음엔 학생에게 열린 조건들이 주어졌지만, 뒤로 갈 수록 제약들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순간에 촉발되어 학생의 창의력을 자극하게 된 것이다. 즉 창의성과 제약에 대한 참고 글에서 인용한 표현을 빌리자면, 형식상의 제약이 예상치 못한 심리적 진보로 이어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글 쓰기 훈련을 위해서는 글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형식상의 제약을 만들고, 글을 써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된다.
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족쇄를 차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