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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 오일을 교환하러 정비소에 들렀다. 차를 들어 올리고, 하단부의 밸브를 열어 더러운 오일을 받아낸다. 마치 검은색 플라스틱 막대와 같은 모습으로 오일이 흘러 나온다. 마지막 한 방울 까지 받아내고 나서 차를 다시 내린다. 보닛을 열고 내부를 살펴 새 오일을 넣고, 더러워진 오일 필터를 교체한다.

숙련된 모습으로 기계를 이리저리 만지고 있는 정비공의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참 재미있다. 작업자 입장에서야 고객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절차에 맞춰 숙련된 모습으로 기계를 다루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나도 배워서 익혀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이륜차를 좋아하는데, 아직 그럴싸한 모델을 가져보진 못했다. 엔진이 외부에 드러나 있는 어메리칸 크루져 스타일을 사보는 게 꿈인데, 그냥 사서 타고 다니는 거 보단 직접 이륜차를 정비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내가 타는 이륜차를 관리하는 게 살면서 꼭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아마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책을 읽고 나서 이런 마음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다. 요즘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있는데, 공학적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공학적인 삶의 태도란 무엇일까?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견지해야 하는 가치는 어떤 것인가? 직원 3명의 스타트업에서 CTO 로 일을 하든, 수천 명 규모 회사의 엔지니어로 일을 하든 그 바탕을 지탱해주는 철학은 동일한 것이다. 당분간 책을 좀 읽으며 나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인데, “공학적 태도” 가 그 화두가 될 것이다.

대학에 오고 나서 부터 리눅스를 메인 데스크탑의 운영체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용했던 리눅스 배포판은 레드햇4.8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운 없게도 용산에 가서 맞춰온 조립 피씨에는 리눅스 배포판에서 지원하지 않는 그래픽 카드가 깔려 있었고, 이를 잡기 위해 온갖 삽질을 했었다. 커널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커널컴파일을 통해서 드라이버 모듈을 빌드해 올리고 엑스 윈도우를 띄웠을 때의 그 성취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요즘 사용하는 우분투 배포판은 그 때에 비하면 참 좋아졌다. 소니 바이오 시리즈 같은 조금 이상야릇한 하드웨어가 아닌 다음에야 원클릭으로 설치하여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다른 인기 좋은 운영체제, 예를 들면 맥북에 설치되어 있는 OS X 라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에 비하면 여전히 불편하다.

바로 여기에서 리눅스를 쓰는 “공학적” 재미가 생겨난다. 짜증으로 번질 수 있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이 괴로움을 오늘 해결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면, 그것이 몇몇개의 버그들로 인해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에 관련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이미 보고된 버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걸 찾아볼 수 있거나 아니면 직접 버그를 리포팅해서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 포럼과 다른 점은 보다 강력하게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다른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이미 패치되어 있는 pre release 버전을 구하여 문제가 고쳐졌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사용하는 운영체제의 잔고장을 직접 수리해가면서 쓰는 이 재미가 그것이 필요로 하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면이 있는 것이다.

이는 위에 말했던 자신의 이륜차를 직접 정비해서 타고자 하는 욕구와도 일치한다. 이 둘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의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그 대상이 공학과 그것의 활용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공학적 삶”에는 그 분야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추구해 볼 수 있는 어떤 삶의 태도가 있다고 봐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우선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다시 한번 읽는 것을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대한 것들을 거쳐 스타트업에서 CTO 로 일하는 것에 이르기 까지 나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상관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 사고의 과정을 가능하면 글로 남겨 다음 터닝포인트 때 방향을 정하는 초석으로 삼을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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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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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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