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으로 펜션을 이용했다. 성수기라 15만원. 가격이 비싼지 싼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홍보자료에 비하면 형편없는 시설이었다. 방음이 그 중 최악이었는데, 2층에서 술 마시고 떠드는 소리가 방 안까지 들려 잠을 잘 수 조차 없었다.
휴가를 망친 펜션 주인을 벌하고자, 15만원 어치 댓글과 리뷰 폭격을 하리라 다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검색을 해보니, 주인 아저씨가 인터넷 좀 하시나 보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물론이고 포털별로 블로그를 개설해 두었고, 펜션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나도 거기에 혹해 낚인 거였지만.
하나 하나 응징하겠다라고 생각하고, 다음지도와 네이버지도 에 평가부터 달았다. 이제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볼까 하다가, 펜션 주인 아저씨의 트위터를 읽게 되었는데, 넷째 아이를 의도치 않게 가져서 이 일을 생활비를 어떻게 버나 하는 고민을 토로하고 있었다.
주인 내외 분들이 사람은 참 좋았다. 친절하시고, 장사치 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 그 점 때문에 웬지 믿음이 가서 예약을 했던 것인데, 막상 부딪힌 건물의 시설이 너무 실망스러워 화가 났던 것이다. 트위터를 조금 더 읽어보니, 회사를 다니시다가 뭐가 잘 안맞았는지 그만 두고 펜션 운영을 하시는 것 같았다.
회사를 관두고 펜션을 시작했을 때의 불안감 같은 것들이 이해되기도 하고, 네 아이의 가장이라는 점도 연민을 불러 일으켰던 탓일까. 괜히 화가 풀려, 여기 저기 썼던 댓글들을 지우고, 다음지도에 하나만 남겨두었다. 적어도 건물의 문제가 뭔지는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면 사람 사는 데 다툼이 왜 있겠나 싶다. 이해하고 나면 용서도 필요도 없다. 문제가 그 자체로 없어져 버리니, 화를 참을 이유도 없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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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8 펜션 주인 아주머니한테 전화를 받았다. 현관문은 개선을 했고, 실내 방에 있는 문은 문풍지 등으로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여름이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꼭 개선을 할테니, 다음지도에 있는 평가를 좀 바꿔주면 안되겠냐고 정중히 물어보시길래 알겠다고 하고 다음 지도에 기록한 평가는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