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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까. 농장 부근에서 발견된 새끼 길고양이들을 집 앞 화단에 데려다 놨었다. 우유도 주며 지극정성으로 며칠 키웠는데, 밤마다 어미 고양이가 와서 그녀석들 먹이를 주고 가는 걸 알게돼서 풀어놨더니 모두 엄마따라 가버렸었다. 그 외에는 어느 대학교나 있는 도서관 근처의 고양이. 어두운 하숙집 앞 골목길을 주름잡던, 화분 깨기 대야 뒤집기의 동네 깡패 타이거. 이 정도가 고양이와 관련된 내 기억들 전부이다.

서현역 근처에 고양이카페가 몇 군데 생겼길래 그 중 하나를 가봤다. 저녁 아홉시가 넘었음에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중학생 정도나 될까싶은 어린 여자아이들도 많았다. 고양이들의 상태는 .. 음.. 뭐랄까. 목요일 저녁의 직장인처럼 하루 종일 시달린 탓인지 무척 피곤해보였다.

그 와중에 '개'형 인간인 나와 내 아내를 반겨준건 요 어린 아메리칸 숏헤어다. 와서 한번 안겨 줄 때는 어찌나 황송하기 그지없던지 우리는 정신없는 털 긁기로 화답했다.
개와는 다른 고양이의 매력이 이런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카페에 종사하는 고양이들한테 격일제라든가 주말 휴무 보장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는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며 카페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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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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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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