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군대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고 하던데 훈련소만 갔다온 몸이라 군대 꿈은 못 꾸고 대신 학교 꿈을 꿨다.
좁은 교실 안. 학생인지 선생인지 헷갈리는 애가 교단에 서서 수학 문제지 85페이지를 펴라고 그런다. 지루함이 느껴진다. 마지못해 편 페이지에는 되지도 않게 꼬아놓은 미적 문제가 하나 있다. 교단에 서 있는 그 사람이 몇명을 집어 내어 앞에서 풀게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짜증이 확 난다. '지 손으로 걍 풀지. 뭘 또 시킨다고... 아씨' 애들도 그제서야 펜을 집어들고 문제를 읽어보기 시작한다. 나도 인상을 오만상 찌푸리며, 또 한편으론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수그린채 문제를 읽기 시작한다.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얼른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거기가면 이런 문제 풀이 따위는 안해도 되겠지하는 희망으로 달래본다. 생각만해도 재미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가려면 까마득하다. 당장 다음 시간에 있 을 물리 수업을 견뎌야 한다. 최고로 졸린 선생님이다. 지금 당장 교실을 뛰쳐 나가고 싶다.
이런 잡생각 중 문득 기이한 느낌이 든다. '어 그러고보니 난 이런 거 다 끝냈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데자뷰 같은 거다. 원래 그런 기분이 생길 때가 있다. 자 다시 문제나 읽자. '미분하면 저 방정식대로 나온다는 거니까 여기 이 부분 값들이...' 어 잠깐 이건 데자뷰 정도가 아니네.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까지 다닌 기억이 내 머리 속에 있는것 같다고! 어떻게 된거야! 내가 미쳤나
강한 의문을 품자 이내 그 세계는 허물어져 버리고 킥을 당한 인셉션 주인공들처럼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난 현실로 돌아온다.
눈을 뜬다. 모든 것은 그대로있다. 난 침대에 널부러져 일요일 늦잠을 자는 중이고 주변은 늘 그렇듯 고요하다. 잠깐동안 이 현실에 감사하며 한 숨을 쉰다. 몸이 나른하다. 내가 그 땐 어떻게 버텼지? 하며 씩 웃는다. 친구놈들 덕분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그 때나 지금이나 학교가 회사로 바뀐거 빼면 얼추 비슷한 모양인 것 같다. 회사에서는 친구들이 없다는 거 빼면... 일어나 일요일을 준비한다. 이를 닦다보니, 되찾은 편안함에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들지만 이내 무시해 버리고 얼굴을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