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잠시 뒤면 새해가 밝을 텐데 왜 연말 기분이 안 날까 궁금했더니, 1월 1일이 토요일이렷다!!! 참으로 경망스러운 한 해 출발이 아닐 수 없다. 에잉. 어쨌든.
1년 간의 블로그 글들을 쭈욱 한번 둘러보면, 올 한 해 나를 사로잡은 화두가 무엇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듯 하다.
- 1월 : 정체 모를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 2월 : 골치 아픈 일을 잊으려고 그런 것인지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몸을 앓기 시작했다. 6 월에 있을 Performance Review 에서 좋은 결과를 받아보려 발버둥 치던 시기도 이때였다. 이런 저런 세미나를 해보기도 했고, 정확히 정의할 수 없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덤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이 맘 때 쯤이다.
- 3월 : 그러나 마음고생만 심해지고, 그 과정에서 법륜스님의 법문들이(링크) 큰 도움이 됐다.
- 4월 : 프로젝트 공백 기간을 알차게 보내봐야 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작은 프로토타이핑을 업무로 받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결과는 유용하지 못했다.
- 5월 : 책들을 많이 읽으며 지낸다. 노무현 자서전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어느 정도 확고해진다.
- 6월 : Performance Review 의 결과가 내 욕심에 미치지 못했다. 그 여파가 남은 탓인지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1월에 느낀 문제점에 대한 첫 번째 도전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 7월 :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기초부터 다져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여전히 진전은 없다. 내가 해결책으로 너무 빨리 러쉬해들어간 듯 하여, 문제 정의부터 다시 해본다. 왜 스트레스를 받는가? 조직과 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책에서도 도움을 찾아본다.
- 8월 : 나 자신의 계발에 투자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랩탑을 구매한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게 무엇이었는지 얼핏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 9월 : 작은 실패를 하나 더 겪는다. 고민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보다 더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 10월 : 현실을 인정한다. 문제 해결의 출발선에 섰다. 회사에서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Crew 들이 꾸려지기 시작한다.
- 11월 : 문제에 대한 다른 해법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내가 고민의 와중에 있어 그런지 영화 한 편조차도 새롭게 다가온다.
- 12월 : 어느 정도 1년에 걸친 고민에 답을 찾은 듯 하다.
서른 살을 이립(而立) 이라고 한다는데 공자님이 서른 살에 자립을 했다 해서 붙여진 뜻이란다. 아마 올 한해 나의 화두도 ‘자립’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질적 자립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오롯이 홀로 서는 것 말이다. 회사나 부모님의 편에 기대어 서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발을 딛고 서있으려는 노력들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홀로 서서 누군가에게 등을 내주고 나도 반대로 조금은 기대어 가며 살 준비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운 좋게 찾았고. 새로운 한 해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변화들로 가득하지만 두려움은 없다. 신나게 뛰어 놀 듯 다음 한 해를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