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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크리스마스에 괜히 설레기도 했는데, 언젠가부터 몹시 시크해지더니 이제는 별 감흥마저도 없다. 정신상태로 미루어보면 차도남의 완성단계에 가까워진 듯 한데, 몇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되지 못해 차도남 소리는 평생 못 들어 볼지도 모르겠다.
이 추운 날 어이 밖을 돌아다닐 수 있으랴 일갈하고 칩거에 들어간 지 이틀째, 무한도전 무한 번 리플레이 후 남은 것은 어지러운 방구석과 분리수거 쓰레기들 뿐이다.
1일 휴무 만이 성탄절의 유일한 의미로 남을 수 있을 법한 시대에, 토요일과 겹친 공휴일의 절망을 그나마 외국계 회사의 넓은 아량으로 보 다듬어 줘서 마음이 좀 풀린다. –그니까 우리 회사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휴일로 놀게 해줬다는 자랑 질-
2010 년이 이제 5일 밖에 남지 않았다. 원래 이맘때면 한 해를 돌아보는 글을 쓰곤 했는데, 올 해는 그다지 쓰고 싶지가 않네. 별로 후회되는 것들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더러운 방 구석으로 눈을 돌리고 싶지 않은 심정으로 외면한 채 잊어버렸을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5일 안에 한 해를 돌아보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