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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의 시행 착오 끝에 내 숙취에는 둥글레 차가 효과 만점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서양 사람들은 블랙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햄버거로 숙취 해소를 하기도 한다 더라. 하긴 학생 때 나도 짜장면으로 해장을 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이해가 간다.
그래서 둥글레 차를 연신 마셔대며 방 안을 둘러 본다. 방 바닥에 널 부러진 옷들, 현관을 차지한 재활용 쓰레기들. 먼지가 뒤엉킨 바닥. 아 이대로면 긴급구조 SOS 뭐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주일만 더 버티면 집이 리셋될 텐데, 어차피 떠나갈 환경에 조금의 노력도 기울이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정당화 하고 있는 중이다.
술이 덜 깨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면서 커서를 옮기기 위해 모니터를 2번 터치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홈 컴퓨팅 환경에도 변화가 시작됐다는 말인데, 아이패드 같은 판때기 스타일의 컴퓨터가 그 빈 곳을 메울 것인? 아니면 그냥 숙취에 시달리는 어느 청년의 뇌기능 실패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