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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글에서 스트레스 받는 순간을 기록해보기로 하고 일주일 동안 실천을 해봤다. 하다보니 그냥 글로 적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아마도 불가에서 가르치는 수행법과 어느 정도 닮은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래서 참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화가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그 알아차림을 지속하면서 저절로 사그라질 때까지 지켜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 화의 존재를 매우 뚜렷이 바라본다는 뜻에서 이를 ‘관법(觀法)’이라고 하지요. 원어로는 ‘위빠사나’라고 부릅니다. –행복한 출근길, 법륜-

그 순간순간의 목록들을 써봤는데, 다음과 같다.

  • 지난 몇 달 동안 쓸데 없는 일을 하느라 시간 낭비했다고 느껴진다.
  • 마지막 체크인 날짜가 2009년 11월 26일이다. 지난 반 년간 나는 뭘 한 걸까?
  • 나에게 오는 일들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짐. 심지어 신입사원에 비해서도
  • 현 조직으로 벤쳐회사를 만든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 지금 회사의 장점은? 단점은?

역시나 일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컸다. 그나마 지난 주에 버그 하나가 할당되어 작업을 시작하다 보니 좀 기분이 나아지긴 했다. 사실 이것은 달리 말하자면, 매니징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제품하나를 내고 난 뒤 몇 달간의 농한기가 오는 것은 뻔한 사실이었는데,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것이 잘못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내가 먼저 변화를 시도할 여지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크다.

두번째는 사람에 대한 것이다.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실력보다 도덕성을 더 눈여겨 봐야 된다는 생각이 날로 확고해지는 요즘. 실력도 도덕성도 그리 높지 않은 경우들을 많이 본다. cheater 들이 생겨 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문제는 자칫 잘못하면 쉽사리 선을 넘어서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려고 한다.

마지막은 커리어에 대한 것이다. 우리 회사가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공룡만한 덩치의 조직이지만 하부 작은 팀에서는 아직 모험정신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는데, 조금 생활해보니 그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 하다. 어쩌면 내가 이 회사에 기대하는 바와 얻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싶기도 해서, 3개월, 3년, 30 년 뒤 회사에서 내가 얻고자하는 바가 뭔지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제 잠깐 만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비슷비슷한 고민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30대 중반이 멀지 않게 느껴지는 지금이 그런 고민으로 차오르는 때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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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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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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