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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들어 섰다. 어제 헬스를 마치고 잠시 들러 이것 저것 먹고 싶은 걸 주워 담다 보니 금새 2만원이 넘어갔다. 이게 마트의 힘인가! 하고 한 손 가득 큰 비닐봉지에 먹거리들을 잔뜩 싸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멤버십 카드도 하나 만들어 손에 쥐고서.

대형 할인 마트 들어오면 동네 슈퍼 다 죽는다던 이야기를 티브이에서 봤었다. 거대한 유통망과 물량 공세로 나오는 대기업 앞에 개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무슨 수로 대적하겠는가? 내 비닐봉지의 무게가 손 끝에 실려질 때 느껴졌던 괴리감도 여기에서 온 것이리라.

그런데 한 편으로 이 괴리감이 반가운 면도 있다. 좋지 못한 품질의 물건들을 어쩔 수 없이 살 수 밖에 없었던 동네 소비자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말이다. 딸기 한 통 사서 윗층만 먹고 아랫층의 곯아터진 것들을 할 수 없이 버리는 일도 많이 줄어들 테고, 슈퍼가서 먹을 만한 게 없어 헤매다 아이스크림 하나 달랑 사서 집에 갈 일도 이제 잘 안 일어날 것 같다.

그 동기야 어떻든 누가 더 소비자를 생각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씁쓸하지만 대형 할인마트가 더 그렇다. 적어도 이 곳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 변화를 거부할 것인가 넘어설 것인가? 시대적 과제였던 질문들이 동네 슈퍼마켓 주인들한테도 던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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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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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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