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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뾰쪽해져 가는 걸 막아 보려고 별짓을 다해보는 중이다. 자기 전에 명상도 해보고 클래식 음악도 구입해서 들어 보는 둥 이것저것 해보지만, 가장 빨리 효과가 나타나는 방법은 단연코 술이다. 뇌를 알콜에 촉촉이 적셔 놓으면 뾰족했던 부분들도 이내 말랑말랑해진다. 그리고 다음 날 알싸한 숙취와 함께 '뇌내평화'가 찾아온다.
introvert 한 인간들은 마주치는 문제의 원인을 자기 내면에서 찾기 마련인지라,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성적인 인간이다 보니 털털하게 잘 살아가는 남들보다 자신에게 채찍을 많이 가하는 편이다. 세상 사는 것도 고된데, 스스로도 옥죄고 있어서 성격의 부드러운 부분은 들어가 버리고 모난 부분만 남아서 종국엔 바다 성게처럼 뾰족한 모습이 될 것 같더라는 것이다.
성게까지는 좀 심하니 멍게 정도 선에서 멈춰보려고 하는데, 생각들을 뱉어낼 만한 장소로 여기 내 블로그만 한 곳이 없다. 키보드를 만지며 글 하나 쓸려고 궁리하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도 많이 정리가 되고 글을 마쳤을 땐 마음도 편해진다. 하지만, 최근처럼 속 생각들을 안 풀어내고, 신문 기사의 정치면이나 머리 아픈 컴퓨터 이야기들만 떠들다 보면 머릿속에 고여 가라앉아 버린 잡상들이 염증을 일으켜 뭐라 글도 쓰지 못하는 '변비'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여기 블로그는 내 글 쓰기 연습의 장이기도 하지만 성게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과도 같은 곳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아무 의미 없는 이런 글을 끄적였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