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재방송으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 두 편을 봤는데, 드라마를 안 좋아하는 나도 푹 빠져서 봤다. 어설픈 러브라인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고, 특히나 성격 더러운 김명민 캐릭터가 완전 매력 만점!
하얀 거탑도 그렇고 최근의 인기 있는 드라마들을 보면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은 모르는 특정 직업군들만의 일상이 그 자체로 훌륭한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의 과장이야 들어가겠지만 뭐. 베토벤 바이러스의 재미도 사실 거기 있다. 음악회에서 한번 듣고 마는 그 잠깐의 순간을 위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는 아주 재밌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영업 성공담도 있고 의사 이야기, 변호사 이야기, 오케스트라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이쯤 되면 프로그래머들의 이야기도 한번 나옴 직하다. 알고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만큼 드라마틱한 일도 흔치 않지 않은가.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프로그래머들이 팀을 이루게 돼서 우여곡절 실패를 거듭하다 결국 멋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시장에서 대박을 치는 이야기. 이거 왠지 좀 재밌을 것 같은데?
블로그들을 찾아봐도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개발자들이 글을 쓰다 보면 자칫 알아듣기 힘든 기술 이야기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까? "어떤 제품의 새 버전이 나왔어요" 이런 글보다 "오늘 부장이랑 코딩 컨벤션에 대해서 논쟁을 버리다 홧김에 ..." 뭐 이런 글들 많이 생기면 재밌을 것 같다. 임백준씨가 쓴 '뉴욕의 프로그래머'가 딱 그 스타일인데... 임백준씨 다음 소설 좀 쓰세요.
아무튼, 수요일 목요일 밤은 베토벤 바이러스 예약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