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정보
- 선생 김봉두 (Teacher Mr. Kim, 2003)
- 코미디, 드라마 | 2003.03.28 | 117분 | 한국 | 12세 관람가
피곤한 토요일 아침 겨우 눈을 뜨고 텔레비젼을 켰더니 케이블 채널에서 선생 김봉두가 하네요. 예전에 극장에서 볼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감동적이고 재밌습니다. 산골 아이들의 순박함이 잘 녹아나서 그런 것도 있고, 제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해서 더 재밌는 것 같네요.
영화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지만, 저도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냈었습니다. 새카맣게 탄 아이들과 함께 학교 끝나면 근처 개울에 가서 멱감으며 놀거나, 산에서 산딸기를 따먹겠다고 온 산을 한바퀴 돌고 집으로 들어가거나 했었습니다. 비가 한창 온 뒤 개였던 어느 날 학교 가는 길 위, 조그만 웅덩이에 손바닥만한 올챙이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놈은 처음 봤었죠. 청개구리도 아니고 비단개구리도 아닌 그녀석의 정체에 대해 친구들과 시끌시끌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마 황소개구리가 아니였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때 선생님들도 기억이 나네요. 1학년 때는 이쁜 여선생님이었는데 저를 무척 귀여워해주셔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2학년 때는 정말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는데, 허벅지에 6.25 때 맞은 총알 흉터가 있다고 하셨었죠. 특히 할아버지 선생님은 반공영화를 한번씩 틀어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박격포탄을 들고 적군의 탱크로 뛰어가는 군인아저씨가 나왔죠.
한 학년에 반은 하나밖에 없었고, 한 반의 인원도 많아야 20 명 남짓이라 우리 학교만으로는 운동회를 하기가 어려워 근처의 다른 분교 학생들을 트럭으로 실어 날랐었습니다. 그 때 청군 백군이 어떻게 나눠졌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학교 대항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이런 시골에서 살다보니 그 때는 얼마나 도시에 가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전자 오락실도 있고 백화점 가면 장난감도 많이 파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 좀 알겠더군요. 한번씩 지치고 힘들 때 저를 지탱해 주는 건 어릴 때 시골에서 살던 기억들입니다. 아마 부모님께서 저한테 주신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
어쨋든 전 그러다 3학년 때 대구로 전학을 왔습니다. 이유는 공부때문이었던 것 같지만, 지금과는 다른 시대였으니 탱자탱자 놀면서 초등학교 졸업을 무사히 마쳤지요. 요즘은 유치원 꼬마들도 학원을 다니는 시대다보니 선생 김봉두 같은 영화를 아이들이 봐도 동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김봉두 덕분에 주말의 아침을 감상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