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 친구가 한 명 등장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 제 꿈의 주인공이었고, 저는 3인칭 시점에서 제 꿈을 저에게 서술해주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만나거나 연락해 본 게 5년도 더 됐을 법한 이 녀석이 왜 꿈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주인공 친구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해보자면, 뛰어난 수학실력을 바탕으로 그 당시 아직은 입시시험을 거쳐야했던 특목고를 수석입학했던 똑똑한 녀석입니다. 졸업후 S 대 전기전자공학부로 진로를 선택했었지요. 그때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기 전이라 이 과의 인기가 아주 높았답니다. 그러니까 속세의 잣대를 들이대자면 국가의 재원임에 틀림없었을 녀석은 어쩌다 만지게 된 기타의 매력에 푹 빠져 그 길로 들어서버리게 되었지요.
자 이제 다시 꿈 얘기로 돌아가 보지요. 어느 허름한 5층 아파트에서 콘서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저는 부랴부랴 길을 헤매며 그곳을 찾아 갑니다. 지은 지 20 년은 더 된 것 같은 낡은 아파트에는 영세민들만 살고 있었고, 낮이라 그런지 주변엔 노인들과 아이들 밖에 없었지요. 조금 기다리니 밴드가 나타납니다. 어라? 그런데 잘 보니 그 중 멤버 한 명이 앞서 말한 제 친구였던 겁니다. (꿈이 늘 그렇듯, 이 전까지 주인공은 저였습니다만 여기서부터 갑자기 바뀌었지요.)
내가 아는 척을 하자 '어 그래' 하고 무덤덤하게 대답한 녀석은 밴드 사람들과 함께 난데 없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잠시 후 콘서트가 시작됐는데, 그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럽습니다. 그 아파트도 여느 다른 시영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는 창문을 베란다에 다 쳐놨는데, 거기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웅성웅성하더니 그 중 창문을 몇개 열고 공연을 시작하더군요. 그러니까 공연을 할 스테이지가 그 아파트 1층 베란다 였던 겁니다.
12 평 남짓한 시영 아파트 어느 1층 베란다에서 한 밴드가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고, 아파트 맞은 편 벤치에서 할머니와 아이들이 앉아서 웃고 떠들며 그걸 보고 있는 모습은 참 기이했습니다. 공연 중간에 무슨 말을 하기도 했고, 관객들도 무슨 얘기를 했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다만 공연을 하던 녀석과 그걸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표정이 무척 좋았던 것 같은 느낌만 납니다.
아무튼 이런 쓸 데 없는 꿈을 꾸고 났더니 월요일부터 아주 피곤하네요. 이래서 일요일 저녁은 일찍 잠들어야 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