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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동기들과 예정에도 없던 술을 한 잔 하고 집에 왔습니다. 세상은 빙빙 돌고 나도 돌고, 술 잔에 갇힌 생각들도 이리 저리 휘저어집니다.
방문을 열고 불을 켠 뒤, 어지럽혀진 옷가지들을 침대 한켠에 쌓아서 대충 놔둡니다. 뭐 어차피 방바닥에서 자니 크게 상관도 없습니다.
취기를 가라 앉히기 위해 차를 한 잔 마셔 봅니다. 뜨거운 물을 붓고 티백을 넣어 찻물을 우립니다. 후끈한 기운이 뱃속을 채우고 코를 통해 밖으로 뿜어집니다. 덕분에 마신 술이 조금은 깨네요.
바깥 공기가 차지만 환기라도 시킬 겸 창문을 열고 밖을 봅니다. 멜랑꼴리한 눈으로 바라본 신림동의 정취는 확실히 묘한 맛을 풍깁니다. 도전과 좌절, 번민과 해탈, 시작과 끝이 버무려진 이 광기어린 동네의 밤 모습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술이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그런가 봅니다. 옷장에 개어놓은 옷처럼 잘 정리해뒀던 생각들이 이리 저리 튀어 나오네요.
이제 곧 이부자리를 깔고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을 보내고 언제나 올 것 같은 내일을 꿈 속에서 기다리게 되겠지요.
Good night, everybody.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PSYswqi9ZhQ&rel=1]
2Pac 의 Life goes on 을 퍼올까 했는데 이 노래가 더 당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