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저희 팀은 점심을 먹고 꼭 들르는 커피 가게가 있습니다. 회사 건물 바로 뒤에 있는 데, 일주일에 서너번은 가니까 그야말로 단체 단골인 셈이죠. 커피를 사는 사람은 어떤 물건을 구입했거나 어딘가 여행을 다녀왔거나 집안에 경사가 있거나 졸업을 했다거나 심지어 한약을 지었다든가 하는 사람 입니다. 사실 이유야 뭐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니 그냥 그때 그때 돌아가며 아무나 삽니다.
오늘 커피가게를 갔더니 늘 보이던 여종업원이 없더군요. 주인 아주머니 말로는 시집을 가서 이제 가게 일은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5년을 일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큰 가게도 아니고 기껏해야 4인용 테이블이 4 개 정도 있는 자그마한 커피가게인데 말이죠.
커피가게 서빙이야 아무나 하는 거지 싶지만, 그 여종업원의 일하는 태도는 아주 성실했습니다. 별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면 누가 어떤 커피를 주문했는지 외우고 있다가 커피가 나오는 순서대로 정확히 그 사람에게 갖다주는 거 부터 시작해서 그 사람이 라떼에 시럽을 넣는지 아닌지까지 외우고 있는 정도였습니다.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존경심이 우러났죠.
요즘 한번씩 제 미래를 가늠해 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을 남과 비교해보게 되더군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이가 들어선 지 하게 되더라구요. 잘 나가는 의사의 수입이나 변호사와 같은 ~사 로 끝나는 직업 세계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면, '흥' 하고 콧방귀를 뀌지만 내심 부러운 것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젊었을 때 고생을 아끼지 않고 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러니까 나도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면 밑질 것 없어' 하고 스스로한테 얘기도 합니다. 하지만 히든카드를 받지 않고 베팅하는 기분, 그 기분으로 살아야 되는 이 동네가 조금은 야속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에 이제 일을 그만하게 됐다는 여종업원 덕분에 새삼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기 직업에 respect 를 가지고 있었던 그 여종업원을 생각해보면 직업이 가지는 가치는 노동자의 태도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직업을 어떻게 여기느냐에 따라 남들도 똑같은 대접을 해주겠지요. 아무튼 그 분 덕분에 시원한 한 잔 물을 마신 기분입니다. 제 자신에 대해서 좀 더 respect 하도록 노력해야 겠네요.
아 여담으로 라디오에서 들었던 http://www.globalrichlist.com/ 이 사이트에 가면 자기가 지구촌에서 상위 어느 정도에 속하는 부자인지 계산해 주네요. 환율을 고려해서 $ 로 입력해야 하는 게 조금 귀찮긴 하지만, 가서 계산을 해보니 그래도 저는 지구촌 상위 몇% 안에 들어가는 부자군요. 어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돈을 벌어서 기부도 하고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