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가 교명 변경으로 시끌시끌하다. 대강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면 긴데(기사참고), 짧게 요약을 해보자면,
- 대구과학고는 영재학교 전환 신청을 했다.
- 영재 학교 전환시 교명 변경을 하게 된다.
- 그와 동시에 대구에는 새로 과학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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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대구과학고등학교" 라는 이름은 어느 학교가 가져가야 하는가?
- 영재학교로 전환 신청한 (구) 대구과학고등학교
- 새로이 신설되는 대구에 있는 과학고등학교
(구)서울과학고등학교의 경우 a. (구)부산과학고의 경우 동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b 가 되었다고 한다. 똑같은 고민이 우리들에게도 생겼다. 현재 학교에 남아 있는 재학생들의 입장은 a 를 원하고 있고, 동문회 내에서도 a 안에 대한 기류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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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내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히면서…)
먼저 여기에 얽혀 있는 사람들을 좀 분류를 해야하는데
- 동문회
- 영재학교 신입생
- 신설 과학고 신입생
- 현재 재학생
일단 재학생의 경우는 잠시 논외로 접어두고, 이미 졸업한 동문회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고 싶다. 단순화하면 동문회, 영재학교, 신설과학고 3 부류가 논의에 중심에 서 있으나, 안타깝게도 신설 과학고는 아직 개교를 하지 않아서 그 쪽의 입장을 들어보질 못했다. 그러니 조금은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얘기다.
먼저,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점은 돈이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이 거의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학생을 선발하는 재량이다. 위에 링크된 기사를 참고하면,
과학영재학교 입시는 '전국 단위 선발' '중1도 지원가능' '다단계 전형'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과학고는 학교 소재지 시도 학생을 대상으로 뽑고 선발 방법도 교육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 과학영재학교는 전국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마련한 전형으로 선발한다.
그 외에도 교수나 외부 강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있다. 즉,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곳은 영재학교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추측이다) 그리고, 과학고는 예전의 명성에 비해 그 인기가 시들해지리라는 것도 예견된다.
자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질문을 던져 보자. 무엇이 대구과학고 동문회의 정체성인가?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가? 글쎄다. 개인이 집단의 특성을 규정 지을 수 없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우리 동문의 정체성 중 하나는
'대구 지역의 학교를 다녔고, 과학 인재가 되고자 노력하는 비교적 성적이 우수했던 학생'
여기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지역성이라고 본다. 물론 ‘과학’ 과 ‘우수’ 도 정체성의 일부일 수 있으나, 키포인트는 ‘대구’다. 서울,대전,부산등 타 과학고 동문회와 우리를 구별 짓는 것이 바로 이 지역성이기 때문이다.
동문회의 유대감은 그 공유된 경험에서 오는 것이고, 그 경험의 바탕에는 지역적 특성이 깔려 있다. 96 년 까지만 해도 과학고는 시험전형을 통해 입학을 했는데, 고사장 들어가는 길에 시험 잘 보라고 난리법석을 피워 줬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 선배들은 왜 그 난리를 폈고, 나 또한 왜 후배들한테 그런 걸 해줬던가? 거기에는 고등학교 이 전에 그 지역에서 공부하며 자란 학생들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유대감이야 말고 지금까지 동문회를 지탱하는 힘인 것이다.
아직 영재학교가 어떤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지 구체적인 안을 들어보지 못했다만, 만약 영재학교가 이런 지역적 특성을 지켜나가지 않는다면, 과연 이들이 우리의 후배가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가령 서울에서 나고 자란 학생이 영재학교를 가기 위해 대구로 와서 2년간 기숙사 생활 후 졸업하였다고 하자. 지금의 대구과학고 동문들은 그 학생과 어떤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속해 있는 집단이 보다 나아지길 바란다. 더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어 그 명성을 높이길 원한다. 하지만 그 무한의 경쟁 속에 우리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면 좋겠다. 우리는 뛰어난 아이들이 후배가 되기를 바라는가? 우리 후배들이 뛰어나 지기를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