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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크게 슬프지도 않았고, 눈물 같은 건 나지도 않았다. 그의 부고 소식에 내 가슴을 짓눌렀던 건 앞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가야 될 내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답답함이었다.
내가 앞으로 운이 닿아 어떤 중요한 자리에 올라가게 됐을 때, 사람들이
내 사투리와 말투가 가벼워 보여 나를 폄하하지 않을 지
내가 공부하고 배운 것들이 우아하지 못하다고 무시하지 않을 지
내가 격이 낮아 보여 그 자리가 맞지 않다고 단정 짓지 않을 지
가 두려웠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내가 한 일들을 보지 않고 허황한 말들을 물고 늘어지는지
왜 생각의 옳고 그름보다 격식을 차린 정도에 열을 올리는지
왜 눈 앞의 현실과 미래를 보지 않고 과거에 목을 메는지
에 대해 내가 답답해 할까봐 걱정됐다.
노무현에게서 절망을 찾아내고 자신들만의 희망을 부르짖던 자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을 보라. 과연 이 땅에서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사는 게 해봄직한 일일 것인가?
그가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질 때, 바닥에 닿아 산산조각 난 것은 그의 육신만이 아니라 이 땅의 젊음들이 잠시나마 가져보고자 했던 꿈이었고 미래였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제 나도 서울에 조그만 집 한 채 장만해 보겠다고 아둥바둥하며 자식들 학원비 대느라 내 남은 평생을 쓰겠지만, 언젠가 정말 신났던, 정말 다이내믹했던 지난 그 몇년을 회상하리라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