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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최진실법으로 명명해서 논란이 일었던 사이버모욕죄에 대한 100 분 토론을 봤다. 특이한 패널로는 연예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홍석천씨가 나와 있었는데, 말은 잘 하는 것 같았는데 논지 전개가 원활하지 않아 조금 산만한 감이 있었다. 어찌됐건 어제 토론에서 빛났던 사람은 곽동수 이 분이다. 토론을 지켜보며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속 시원히 말해주었다.

그러나 난 나름 조리있게 말한 한나라측의 얘기를 듣고나서도 여전히 악플에 대한 그들의 접근법에 거부감이 있다. 전에 쓴 "최진실법, 옷 갈아 입고 추진되나?" 이 글에서도 말했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건 그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법이란 건 문제가 일어났을 때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미 기존의 법들이 작동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사이버모욕죄란 법을 친고죄 조항도 뺀 채 만들겠다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입법을 하는 그네들 스스로 법이 제 기능을 못하는 사회라고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법을 통한 인터넷 규제는 그 실현 가능성이 제로다. 예를 들어 사용자 십만명 이상의 포털 사이트에 대해 이번 사이버모욕죄를 적용한다고 해보자. 모욕적으로 보인다는 신고가 들어올 경우 댓글을 24 시간 내에 삭제된다. 그런 감시와 통제하에서 과연 "착한" 댓글만 남기는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만들어 갈까? 그렇지 않다. 누군가가 날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기분은 유저들의 활동을 위축시켜 종국엔 누구도 쓰지 않는 황량한 벌판같은 사이트가 되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유저들은 법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토론 사이트를 원하게 될 것이고, 기술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할 것이다.

그럼 악플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 노력은 어떤 게 있을까? 이미 인터넷에 배포되어 있는 다양한 게시판시스템 중에는 이런 노력을 가미한 것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용자간 평가 시스템이다. 악플을 한번 달아본 사용자는 다른 글에도 악플을 달 확률이 높은 것을 이용해 사용자들간에 서로의 댓글을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악플러로 지명된 사람에게는 댓글 횟수 제한과 같은 일종의 페널티를 주면 된다. 여기서 정부가 할 일은 기업들로 하여금 이런 기술적 노력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좋은 토론문화를 제공한 사이트 별로 순위를 메겨 발표한다거나 표창을 할 수도 있고 사용자들에게 설문을 해서 좋은 사이트를 가려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댓글은 문화다. 문화란 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아서 이걸 통제하기 위해 상자에 가둬두면 이내 그 운동능력을 상실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 공 스스로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 약간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공을 묶어두는 게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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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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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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