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된 포스트 주제랑 상관 없긴 한데, 앵커링은 연봉 협상에서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나는 연봉 협상 같은 걸 잘 못하는 축에 속한다. 그냥 주면 주는대로 '네' 하고 받아 온 편이다. 첫 회사에서 이직을 하고, 연봉이 제법 많이 오르자 속으로 내심 '이래도 되는 걸까'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 금액은 당연한 거였는데도, 첫 직장을 박봉에 노가다 하던 SI 에서 출발했더니 그런 생각이 든 모양이다.
어쨋든 나의 연봉 협상은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이, 제시한 금액을 그냥 덥썩 무는 식으로 진행되었고, 크게 불만 없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불행의 씨앗은 비교에 있다고 했던가. 예전에 무척이나 일을 더디게 하고, 늘상 불만 가득해서 투덜대던 어느 직원의 연봉을 비밀스런 경로로 알게 되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다.
이전 회사에서 이직하며 그야말로 연봉 뻥튀기에 성공한 케이스 였는데, 크로스 레퍼런스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인지, 아니면 그 당시 그 회사의 상황이 급해서 그런건지 쉽게 협상에 성공했던 모양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회사 입장에서도 연봉 동결 정도까지는 어떻게 해볼 수 있어도, 연봉삭감은 어려운 모양이었다. 연봉삭감을 한다는 것은 채용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뜻하고, 그 사실은 채용 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하기에 아마도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뭐 어쨋든 면접보는 직원의 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다. 피고용인으로 살아야하는 팔자라면, 자신을 잘 포장해서 연봉 협상에서 높은 금액을 받아내는 것도 분명 필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이런 면에서 소홀하기 쉽다. 제품을 포장해서 파는 것은 늘 마케팅이나 다른 부서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력시장에 판매되는 것은 개발자 자신 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본인의 몸값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봐두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