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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들이 야근을 자주 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숱하게 들어서 아실 겁니다. 오늘은 하고 싶지 않은 데 반 강제로 하게 되는 야근말고 자기가 좋아서 하게 되는 야근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유독 프로그래머 중에는 일 중독, 야근 중독이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녁 먹고 나면 그 때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거지요. 적당히 늘어진 자세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집중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플로우라는 게 있는 데요. 미하일 칙센트미하이라는 분이 쓰기 시작했다는 이 말은 고도로 집중한 상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플로우는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적 상태’ 를 뜻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프로그래머가 플로우 상태로 들어가는 걸 방해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전화, 이메일, 주변의 소음 등이 넘쳐나지요. 게다가 밀려드는 일들 처리한답시고 이 일 저 일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집중을 저해하는 낭비지요. 특히 이 Context switching 의 경우, 기계와는 달리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기껏 시작된 플로우 상태를 깨야 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플로우가 프로그래머에게 왜 중요하냐 하면 이 상태에서 프로그래머의 생산성이 몇 배나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플로우 상태에서 코딩을 실컷 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의 그 기분은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코드들과 그 코드들이 지향하는 논리의 작은 세계를 보고 있노라면 아주 뿌듯해 지지요. 이 집중의 순간이 프로그래머에겐 마약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플로우에 들어 갈 수 있는 입구를 찾느라 야근을 하곤 합니다. 물론 이 야근에는 몇가지 조건이 붙겠지요. 대충 꼽아보자면

  1. 상사는 같이 야근을 하지 않아야 한다.
  2. 주변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
  3. 그 날 저녁은 한가지 일만 한다.

정도가 있겠네요. 사실 이외에도 많은 방해 요소가 더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야근을 통해 플로우에 빠지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계속되는 야근은 일상이 되어 더 이상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주지 못합니다. 역시 평상시 근무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는 게 결과적으로는 더 좋겠네요. 야근은 어쩌다가 한번씩 할 수 있도록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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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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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er + Entrepreneur = Entr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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