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자 면접을 자주 보면서 팀에 선배 기획자가 있는지 묻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우리 팀의 경우 기획자라는 명시적인 롤을 부여 구성원은 1인인데, Product Owner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몇 명이 더 있다. 그래서 지원자의 질문에 명시적인 기획자롤은 없으나, PO 그룹에서 기획서 리뷰를 함께 하고 있고, 기획 초안은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리뷰를 다시 거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재밌는 사실은 위 질문을 한 경우에 이 대답이 그리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던 걸로 보였다는 점이다. 같은 업무를 맡아서 할 사수의 부재가 직장 선택의 결정적 요소라니, 나로서는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점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 듯 하여 글로 써보기로 했다.
우선 사수 기획자가 필요한 이유를 검색해 봤다.
대충 거칠게 요약을 해보면, 사수가 없는 경우 신입이 일을 배우기가 어려울 것이고, 그로 인해 성장은 더뎌지나 업무는 과중하게 부담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이 가장 큰 것 같다. 사수를 찾는 신입 기획자들에 대한 나의 반론은 “그럼 선배 사수가 있으면 위 문제가 사라지는가?” 이다. 선배 사수가 있으면 나에게 일하는 방법을 친절히 가르쳐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해주며, 과중한 업무가 배정되는 것을 막아줄까?
내 대답은 아니다 이다. 부연을 하자면 위에 나열된 것들을 찾고자 하는 욕구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 없다. 다만 그 해법이 “사수” 라는 한 명의 인간으로 개체화 되어 있을 거라는 가정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을 배우고, 성장의 기회를 찾고, 업무 하중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팀이 하는 일이지, 한 명의 인간이 이를 모두 대신해주긴 어렵다. 모든 직원은 각자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며 그 업무 부하라는 것은 업무 역량에 맞춰 부과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 아닌 누군가를 돌봐줄 시간과 여유란 존재하기 어렵다. 기껏해야 담배 한 대 같이 태우거나, 커피 한 잔 나누면서 담소를 나눠주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팀이다. 팀이 위와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팀으로서 우리는 모여 업무 처리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상호간의 배움과 성장을 도모하며, 팀의 업무 조율을 위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개개인으로 존재하며 일을 하지 않고, 유기적인 조직을 이뤄 일을 하는 이유이다. 팀이 이런 작업을 해나가려면, 정기적인 회고, 상호간의 솔직한 피어리뷰, 스터디나 세미나를 격려하는 조직장 등의 조건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다 깨어나 보니 키우던 비둘기가 파랑새 였다는 소설 처럼, 신입 기획자들은 어디에도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 “나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줄 사수” 를 찾아 헤매지 말고, 성장의 토양이 잘 닦여 있는 팀을 찾아 나섬이 좋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