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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 손자를 넘어선 불패의 전략가 - 6점
임건순 지음/시대의창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오기에 대해 남겨진 기록 중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우린 알 수 없다. 다만 기록들을 취합해 추정해볼 뿐이다.

먼저 오자병법의 오자를 오자서로 알고 있었던 것 부터 이실직고해야겠다. 과거에 오자서병법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이와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오자서(~ 기원전 485년)는 춘추시대의 인물이고, 오기(~ 381년)는 전국시대의 인물이다. 생몰연대가 100 년 가까이 차이난다. 오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와신상담의 주인공이고, 오기는 처음 들어보았지만 연저지인이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다.

오기는 유가의 가르침 위에 묵가를 다시 배웠다고 나온다. 묵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된 것 중 하나이다. 겸애와 관련 있다는 정도로 교과서에서 봤던 것만 기억나는데, 사실은 아주 실용적인 학문이었던 모양이다. 특히 세상의 균형을 중시하는 가치관에 따라 성을 지키는 수성작업을 중요히 여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축이나 기계같은 공학적 지식도 많이 잘 다루었다.

책은 구체적인 병법을 다루진 않는다. 오자병법은 현재 전하는 건 전체 48 편 중 약 6 편 정도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부대 편제, 상황과 지형에 따른 전술, 군사의 사기, 기병과 전차를 운용하는 방법 등에 대한 오기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오기가 조직을 만드는 방법은 아래부터 위로 Bottom Up 방식이라 보여진다. 일선에서 병사들과 함께 자고 생활하며 군을 훈련 시켰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평민들의 자아실현 욕구를 활용하여 강군을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는 충분한 보상이 따랐고, 이렇게 만든 강군을 바탕으로 중원진출을 꿈꾸는 진나라를 중국 지도의 구석에 처박혀 있도록 철저히 틀어막아 버리는 전적을 달성한다.

평민들의 신분이 상승하면 이는 곧 귀족계층에게 불편한 일이 된다. 오기는 귀족계층의 시샘을 받게 된다. 자신을 후원해주던 왕이 죽고 그 아들이 왕위를 잇자 귀족들에 의해 바로 퇴출된다. 그래서 초나라로 도망을 치게 되고, 그 곳에서 다시 실력을 인정받아 재상의 지위에 오른다. 하지만 역시 초나라에서도 왕위가 계승되며 일어난 혼란 속에 귀족층의 미움을 사 활에 맞아 죽는다.

역사서 상의 오기는 독종 중의 독종으로 나온다. 어머니 앞에서 맹세하길 출세 전엔 집에 돌아 오지 않겠다고 말하며 자신의 팔뚝살을 물어 뜯어 피로서 약속을 한다. 어머니가 시킨 건 아니고 자신의 결심을 보이기 위해서 스스로 그리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직 출세를 못했으니 돌아갈 수 없다며 모친상을 치르는 걸 거부한다. 이 일로 유가의 증자 밑에서 공부하다 쫓겨났다. 위나라에서는 오기의 아내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적국의 귀족가문이라 중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 거론되자, 집에 가서 아내의 목을 베어 온다. 또 그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가? 활에 맞아 죽는 그 순간에도 혼자 죽을 수 없으니 사망한 왕의 시신 위로 엎어져 죽는다. 그 당시 귀족들의 화살에는 어느 가문인지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오기를 죽이려다 부왕의 시신을 해한 귀족들은 모두 멸족당하는데 그 가문의 수가 70여곳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제와서 보면 팔뚝살 이야기와 아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높다. 독종같은 모습과는 달리 역사서의 다른 한편엔 늘 최전선에서 일개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는 모습도 나온다. 중간에 묵가를 수학하러 떠나긴 했으나 그의 사상의 근간은 유가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팔뚝살과 아내 이야기 쪽은 거짓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어쨌든 출세욕이 굉장히 강했던 사람이라는 것은 사실일 것이나, 인륜을 저버리는 수준은 아니었으리라 믿고 싶다.

오기가 했던 일은 왕의 명을 받들어 국가적 혁신을 단행하는 일이었다. 법과 행정 체계를 정비하고, 군을 단단히 훈련시키며, 신분상승을 통해 사회에 새로운 동력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국력은 강해지고 귀족들의 권력은 약해졌다. 안타깝게도 오기 본인은 이 혁신의 시도를 마무리 하지 못한 채 반발로 인해 죽게 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오기를 상대로 싸우다 결국 그의 장점을 흡수하기로 한 진나라가 전국 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이런 아이러니를 느껴보는게 고전 읽는 맛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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