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메모 - 앨런 C. 그린버그 지음, 홍은주 옮김/이콘

창사이래 80년 동안 적자를 낸 적이 없다는 거대 금융회사 회장님이 직원들에게 전달했던 메모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복잡한 경영 기법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나이든 노인분의 잔소리들만 잔뜩 적혀 있다.

하지만 그 잔소리는 귀를 막고 싶은 꼰대질이 아니다. 회사가 추구해야할 본질과 상식에 대해서 계속 깨우쳐 주는 내용이다. 근검절약, 고객 우선, 겸손과 절제, 정직 등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지루할 수 있는 잔소리가 경영 관련 서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재치를 더했기 때문이다.

회장은 어떤 경영 컨설턴트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한다. 그 컨설턴트의 이름이 아주 생소한데, 이 컨설턴트는 앞서 말한 본질적이고 상식적인 가치에 대해서 회장에게 계속 조언을 한다. 종이 클립을 재사용하라고 한다거나 고무줄이 끊어지면 묶어서 한번 더 쓰라고 하는 식이다.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서야 눈치챘지만, 이 컨설턴트는 가상의 인물이다. 회장은 가상의 에스키모인과 그 친척이 컨설팅을 해주는 것처럼 꾸며 자신이 임직원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전달한 것이다. 전달 방법도 재밌거니와 메모의 내용도 재치가 넘쳐서 읽다보면 입가에 웃음기가 생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맥이 닿는 면이 있어 영감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