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완전판 스페셜 박스세트 - 전15권 - 다나카 요시키 지음, 김완 옮김, 미치하라 카츠미 그림/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10 권으로 구성된 세트를 읽었다. 어릴 적 앞 부분을 조금 읽었었다. 당시 출판된 컴퓨터게임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후 은영전 이름을 마주할 때마다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이번에 마무리 했다. 게임을 95년 정도에 했었으니 , 20년이 넘어서야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소설은 서기 36세기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래에 걸맞게 인류는 지구를 넘어서서 번영하고 있으며, 초광속 이동 기술을 이용해 수만광년의 거리도 단숨에 간다.
황제가 통치하는 제국이 하나 있고, 여기에 반기를 든 자유행성동맹 이라는 국가가 있다. 자유행성동맹은 정치체제로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그리고 페잔 이라는 상업위주의 나라도 작게나마 존재한다. 지구에는 아직 사람이 살고 있으나 변두리 취급을 받고 있다. 지구가 다시 우주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지구교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전체 구도는 제국과 동맹의 다툼 사이에 상업주의를 표방하는 페잔과 종교의 힘을 가진 지구가 끼여 풀어내는 이여기다. 그리고 여기에 소설을 이끌어갈 주요인물들이 등장한다. 양웬리와 라인하르트 두 사람이다. 이 주변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지만 큰 줄거리는 이 두사람 위주로 진행된다.
이제부터 소설 읽은 감상을 짧게 남길 것인데, 무엇보다 이 감상이 소설이 가지는 가치를 만끽하지 못한 채 쓴 것이라는 걸 명확히 하두고 싶다. 소설이 82년부터 88년동안 연재되었다고 하니 30 년이 지난 후 읽는 것이다. 하다 못해 피씨게임을 접했던 그 때 일독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거라는 후회가 든다.
우선 읽는 내내 흥을 깨는 것 중 하나는 삽화였다. 우주 전함 그림은 그나마 괜찮았으나 인물을 묘사한 삽화는 내 상상력이 만들어둔 머릿속 묘사를 여지없이 깨주었다. 그림체의 문제이기도 한데, 순정만화 그림체 같은 걸 일체 보지 읺았던 내 취향 탓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판에 박힌 듯한 설정의 인물들이다. 입체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인물은 많지 않다. 연재 소설이라 그런지 텍스트의 양은 적지 않으나, 그 밀도는 상당히 낮다.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때도 사건과 대화에 의존하기 보다 작자가 직접 개입해서 인물들의 설정을 말해준다. 독자는 작자가 말하는 인물 설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게 되고, 여기에서 스스로 해석해볼 여지는 없어진다.
마지막은 사건의 개연성 부족이다. 천년 뒤의 미래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을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우주 황제가 묵고 있는 숙소에 폭도들이 쉽게 침투한다는 이야기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 문제 역시 소설 텍스트를 사건을 풀어가는 부분에 많이 할당하지 않아서 발생한 걸로 보인다 그외에도 출연하는 여성들은 그저 현모양처로 남고 마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소설 출간 연도를 생각해본다면 이 부분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들은 은하삼국지라는 컨셉의 초기 아이디어와 그 소설이 소재로 다루는 우주 배경 함대전이 가지는 흥미에 의해 모두 상쇄된다. 그 시대 다양한 발명품에 의해 함대전이 보여주는 모습은 마치 대항해시대의 그것과 비슷하다. 아마 작가도 이 모습을 그리고 싶어 통신두절 입자 같은 것들을 고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호기심 반, 의무감 반에 읽기 시작한 은영전을 마무리해서 개운하다. 외전이 있긴 한데 그다지 읽고 싶진 않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리 읽을 만한 책이 아니었다. 음식도 먹는 시기가 있듯이, 마음의 양식도 마찬가지다. 그때 읽었어야 했다. 나이 들고 봤더니 재미만 반감된 듯 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