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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 1 - 10점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황금가지

절판된 책이 도서관 보존 서가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냉큼 빌려다 읽었다. 결과는 대만족. 소장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번역된 책은 총 6권이다. 원작에서는 한 권으로 출판된 것을 1부 2부로 나눠서 나왔다. 오브리 머투린 시리즈의 처음 세 권이다. 도서관에 3권 H.M.S. 서프라이즈 호 는 없어서 읽어보질 못했다. 원전은 무려 21권짜리 시리즈이다. 링크

원서를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자신이 별로 없다. 역자가 적은 후기에 번역하며 고생했던 이야기들을 보고 나서 겁을 먹은 탓이다. 유럽 함대 이야기다 보니 프랑스어, 에스파냐어, 영어가 한 문장에 섞여 나오는 데다, 주인공인 잭 오브리는 외국어가 서툰 탓에 제멋대로 대충 말한다. 그런 문장들에 저자 주석이 안 달려있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범선 이야기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비슷한 구도의 이야기들을 모두 좋아했던 것 같다. 잠수함을 탄다거나, 우주선을 탄다거나, 구조선을 탄다거나 하는 얘기들 말이다.

그러니 내가 영화 마스터앤커맨더를 보고 범선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영화는 오브리머투린 시리즈의 몇 권을 섞어서 각색한 것이다. 섞은 것 치곤 짜임새 있어서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또 다른 주인공 스티븐머투린 박사의 캐릭터는 잘 살리지 못했다. 배우가 연기를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 각색 과정에서 캐릭터가 변한 듯하다.

소설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패트릭 오브라이언은 영미권에서는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신선한 느낌이 든다. 세세한 이야기를 다 해주지 않는다. 중간에 건너뛰는 듯한 느낌들이 있고 이 부분은 독자가 눈치껏 따라가며 맞춰야 한다. 마치 누군가의 일지를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재조립하는 느낌이다. 실제 소설 속엔 주인공 스티븐의 일기를 보여주는 페이지들이 있다. 말하자면 소설 전체가 스티븐의 일기와 오브리의 항해일지를 합쳐 놓은 것 같다.

덕분에 소설 속 배경인 1800년대로 몰입하기 수월한 장점도 있다. 작가가 마련해둔 이야기의 여백만큼 상상력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어쨋든 뒷이야기들도 궁금하다. 역자분이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머지 권들을 번역해주면 그보다 좋을 리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한 권 정도는 영문판을 직접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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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Sung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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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ng'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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