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 시대 - 주경철 지음/서울대학교출판부 |
대항해시대라 함은 약 15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항로개척을 통해 이뤄진 지구촌 사회의 변혁 기간을 의미한다. 인류는 전에 없는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과정을 다양한 시각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책이다.
순수하게 재미만을 목적으로 읽은 책이라 그 내용에 대해서 뭐라 정리할만 한 건 없으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예전에 마스터앤커맨더 영화를 보고 나서 썼던 글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배타고 다니는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가지는 공통된 줄거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책에서도 배타고 떠나는 모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신대륙의 발견과 대양의 정복, 해적 같은 것들 말이다. 다만 조금 더 학술적으로 서술되어 있고, 허구가 아니라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점들 때문에 더욱 재밌게 읽힌다.
특히 흥미를 끄는 부분은 항해에 들어가는 비용을 투자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최초의 근대적 주식회사라 할 수 있는 형태가 이때 나타나게 되는데, 책에서 관련된 부분을 발췌했다.
VOC 의 첫 아시아 항해는 회사 설립을 위해 그동안 준비했던 자금을 그대로 투입하면 되었다. 이 자금으로 선단을 구성해서 아시아로 보냈는데 이 선단은 성공리에 귀환하여 265%의 이익을 냈다. 이 첫 번째 항해는 전적으로 이전과 같은 모험사업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즉 투자자들은 1회의 출항을 위해서 자금을 출연한 것이고 배가 귀환하면 정산 과정을 거쳐 이익이나 손해를 분담하고 나서 이 모임은 해산된다. 그런데 다음번 항해부터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업이 조직되었다. 이제 투자자들은 이 회사에 투자한 금액을 곧바로 찾지 못한다. 그 대신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으면 주식시장에 가서 자신의 주식을 팔면 된다. 따라서 회사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자본이 보존되므로 투자자들의 변동에 관계없이 회사가 해체되지 않고 항구적으로 존립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VOC 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말한다. 이 당시 사업은 출항하기 위해 돈을 빌려줄 사람들을 모집하여 돈을 빌린 다음 원거리 항해를 통한 무역을 해서 돌아와 이익을 남긴다. 원금과 이자를 빌려준 사람들에게 갚는 식이었다.
그러나 매번의 출항, 손실 또는 귀항, 수익 등의 과정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해산하는 번거로움에서 탈피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였는데, 그것이 주식이다. 지금의 스타트업 또는 벤처 기업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해내거나, 또는 아쉽게도 폐업하여 해산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마무리 짓자면, 이 책은 소위 해양덕후 들의 덕심을 자극하기에 그만이다. 다양한 정보와 분석도 좋은데다, 서구 중심주의 해석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아메리카에 대한 비중을 높여 세계사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의 변화도 제공하니 바다와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