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문학과지성사 |
이 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용 추천 도서로 왜 올라왔는지 이해를 못했다. 70 년대 나온 책이었으나 아마존에 나온 설명만으로는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수년이 흘렀는데, 문학과 지성사에서 번역이 되어 나왔다. 번역본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된건 순전히 눈에 띄는 책 표지 때문이었다.
이 책은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책에서 꾸준히 다루는 내용처럼 이 책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리는 순간 이 책의 가치도 거기에 한정되어 버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억지로 이름을 붙여 보자면, 내 개인적인 의견으론 공학철학이 어떨까 싶다.
책은 무게감 있는 철학적 논제들을 하나씩 짚어나가는데, 그 시작은 과학이란 무엇인가에서 부터 출발하여 이성과 감정을 분리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고찰하고, 이어서 질 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도착한다. 어떤 것이 다른 것 보다 낫다 라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여기에 대한 고찰이 계속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공학적 사고에 대한 태도도 어느 정도 배울 수 있고, 주인공의 사유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노자의 도덕경도 한번 만나 볼 수 있다. 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소설이 아니며 강의하는 말투도 쓰이지만 강의도 아니다.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서양 철학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끝부분이 조금 더 잘 읽혔을 텐데하는 개인적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근래에 읽은 번역서 중에는 손에 꼽을 만큼 번역이 매끄럽게 잘 되었다.
800 페이지가 넘는 두께 덕분에 들고 다니며 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학을 전공하고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특히 철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