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에게 물들다 -
법륜스님 지음/샨티
법륜 스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특히 나 스스로를 뉘우치게 됐던 부분은 기복불교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어떤가요?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인데 우리는 그 가르침마저도 남을 비난하는 데 쓰지 않습니까? 저 사람은 정법을 행하지 않았다. 저 사람은 불교 신자인데 행동하는 것을 봐라, 저 사람은 불교 신자면서 저렇게 욕심을 낸다, 이런 식으로 불법을 자기에게 적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들이대는 잣대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타인에게 적용을 하면 불법이 오히려 비수가 되어 상대를 다치게 합니다.
불교를 믿기 전에는 다른 종교를 가진 친구하고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불교 신자가 된 뒤 종교 갈등이 생긴다면 우리가 믿는 불법에 뭔가 모순이 있는 겁니다. 이것은 법을 믿고 법을 체험한 게 아니라 불교라는 종교 형식에 집착한 것입니다.
시어머니가 점도 보고 흔히 말하는 미신이라는 걸 믿어서 갈등이 있었다면, 내가 불교를 공부하고 부처님 법에 귀의하면서 오히려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불법을 만나기 전에는 어머니의 그런 행동을 이해했는데 불교를 공부하면서 “어머니가 저러시는 건 정법이 아니야. 어머니가 저러는 건 기복 불교야” 이런 식으로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는 데 법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의 법을 조목조목 다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바른 법이 아닙니다. 바른 법은 나의 주장을 고집하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 122p, 부처님 설법을 듣지 못하게 한 스님 (법을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
절에 공양을 하고 자식 잘되기를 기원하시는 어머니께 그런 것들은 다 옳지 않은 것들이라고 진정한 불교는 그런 방식을 통하지 않는다며 우쭐댔던 모습이 생각나 얼굴을 붉히며 창피해졌다.
법륜 스님 앞에서 법문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 책은 옆에 두고 틈날 때 마다 다시 읽어보아도 좋다. 한번의 아하! 하는 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을 깨닫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습관들을 반복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