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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 -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출퇴근 몇 번 하니 금새 다 읽었다. 책에서 묘사하는 풍경이 무척 낯 익었었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한번 읽었던 거였다. 아마 이문열씨가 명작들을 모아서 책으로 낸 게 있었는데 거기서 봤었던 것 같다.
크눌프. 아주 쿨하게 바람처럼 사는 인간이다. 이곳 저곳 떠돌아 다니지만 어디서든 환영 받고, 몇마디 말과 끝내주는 휘파람 불기로 여자꼬시고. 친구 마누라까지 자기에게 반하게 만드는 매력덩어리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키는 젠틀맨이기도 하다.
결국 말년에 폐결핵을 앓으며 내 인생을 왜 이리도 망가뜨렸냐며 하느님에게 묻는다.(사실은 자기 혼자 머릿속에서 대화하는 거다.) 그 대화의 와중에 자기를 거쳐갔던 행복들을 다시 기억해내고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크눌프같은 나그네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세상의 방관자가 되어 여기 저기 구경하며 사는 거, 멋지지 않나? 아마 헤세 본인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