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가 그 혼돈의 도가니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목숨을 건진 오웰이 억울함을 항소하고자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다. 민병대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자신들이 뒤집어 쓴 오해는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말하기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더니 처음엔 좀 생소하더군요. 하지만 점점 글에 익숙해지다보니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생생한 경험들을 통해 스페인 내전의 면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당시의 공산주의는 몹시도 센세이셔날 했나 봅니다. 스페인 내전을 돕기 위해 외국인들도 용병으로 출전했다고 하니까, 정말 국경을 초월한 동지애라 할 수 있겠네요. 조지 오웰도 영국 사람이지만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였고 그 와중에 목을 관통 당하는 부상도 입습니다.
결국 책은 파시스트에 대항해 함께 싸웠던 통일노동자당이 토사구팽 당하는 이야기로 끝납니다. 운없게 오웰도 여기 속했었고, 그로 인해 쫓기다 가까스로 스페인을 탈출하게 되지요. 남의 나라 내전에 참전하여 싸우다가 누명을 쓰고 다시 쫓겨나고... 아무튼 대단합니다.
글에는 간간히 스페인에 대한 오웰의 애증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오후 7시 반 기차를 예약해둔 오웰은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을 충분히(?) 고려해서 8시까지 역으로 나왔는데, 기차는 몹시 스페인스럽게도 6시 반에 출발해 버리고 없었더라는 이야기라든가 시민들도 먹고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픈 환자에게는 기름기가 철철 흘러 넘치는 음식을 제공해준다든가 뭐 이런 이야기들요. 이런 거 보면 스페인 참 재밌는 나라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나저나 책을 읽는 동안 정치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때마침 이 책을 읽는 시기와 MB 반대 촛불집회가 때를 같이 해서 더욱 그랬을 지도 모릅니다. 공산주의하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우리나라에서 바라본 스페인 내전 이야기는 정치에 있어서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정치적 견해란 그 사회의 경험이 많아져야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보는데, 우리처럼 사상적 편식만 해대는 나라에게 인터넷을 통한 토론과 소통은 축복이라 해야 될 겁니다.
우리의 정치는 어느 정도 성숙해 있을까요? 휴전과 분단상황에서 자라난 기형적 정치풍토. 아직도 좌익 빨갱이 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해대는 걸 보면 갈 길이 멀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