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노벨문학상 작가 솔제니친이 직접 경험했던 노동수용소의 생활을 소재로 쓴 소설. 평범한 한 인물 '이반 데니소비치'의 길고 긴 하루 일상을 가감없이 따라가며 죄없이 고통당하는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지배권력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아주 좋아합니다. 유명한 문학 작품들을 적당한 분량으로 만나볼 수 있거든요.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편한 사이즈고.
이번에 다른 책들 사면서 끼워 산 것 중 하나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이반 데니소비치가 수용소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보니 이반 이라는 사람이 수용소에서 보낸 하루를 담은 이야기네요.
책은 비참한 수용소의 일상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매력있는 건 바로 이 담담함 때문인데요. 수용소라는 억압된 공간에서 희생된 개인의 이야기가 소재임에도, 작가의 직접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한 겨울의 러시아에 가서 굳이 춥다라고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 처럼 말이죠.
이야기는 슈호프(=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 가 일어날 때 부터 점호를 마치고 잠들려고 할 때까지 일상을 건조하다 싶을 정도의 간결한 문체로 풀어갑니다. 슈호프는 수용소의 생활에 익숙해서 약간의 꾀도 부릴 줄 알고 눈치도 있으며, 수용소내의 파워게임에도 적절히 비유를 맞추며 살아갈 줄 압니다. 아침에 빵 한조각을 침대 시트 안에 숨겨 놓고 들키지 않길 바라고, 조그만 줄톱을 장갑 속에 숨겨 숙소로 가지고 들어갈 때 혹시라도 들켜 영창에 가지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해합니다. 그렇게 썩 나쁜 사람 같지 않은 이 슈호프가 수용소 생활 10년 형을 받게 된 이유는 전쟁 중 적군에게 잡혀 포로가 되었던 적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폭력에 적응하는 것.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건 이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수용소의 일상사를 통해 폭력의 구조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 지를 보여줌으로써, 지배권력에 대한 비판을 할려고 했던 것일 겁니다.
무미 건조한 문체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 번역도 잘 했으니 그렇겠지만서도, 이게 러시아 문학인가 싶을 정도로 강한 인상이 남았습니다. 책 뒷부분의 평론을 보니 이 후 러시아 문학의 스타일을 잡았다고 하니 역시 명작은 명작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