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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열이형 홈페이지에 걸려 있던 시에 깊은 인상을 받아서 그 분 시집을 한 권 샀었습니다. 기형도라는 분의 시집인데, 제 돈을 주고 시집을 산 건 이번이 처음인 듯 하네요.
출퇴근 길에 조금씩 읽는데, 이거 시라는 게 참 재밌을 수도 있네요. '공감각적 표현'이라는 게 시에서 왜 중요한 지 알겠네요. 중학교 때 배운 걸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읽고 있는 기형도 시인의 작품들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순간을 잡아내는 묘사 때문입니다. 지나쳐버릴 일상의 장면들을 그만의 방법으로 그려낸 걸 보니 멋지다 싶더군요.
가지고 있는 책들의 분야가 너무 한쪽에 치우치는 것 같아서 사봤던 건데 좋습니다. 아주. 좀 더 다양하게 읽어 봐야 겠어요.
입 속의 검은 잎 -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은 절망에 사로잡힌 시집이다. 도대체 왜 이토록 절망하는가 의아스러워질 정도로 철저하다. 자신을 허공에 갇힌 진눈깨비나 아무도 들추지 않고 잊혀질 검은 책에 자꾸만 비유하는 것, 그리고 그의 때이른 죽음을 연관시켜 생각하자면, 절망의 배후에는 죽음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인용하기 좋아한다는 기형도 시인의 시 한구절을 옮겨와 봅니다.
세상은 온통 크레졸 냄새로 자리잡는다. 누가 떠나든 죽든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턱턱, 짧은 숨 쉬며 내부의 아득한 시간의 숨 신뢰하면서
천국을 믿으면서 혹은 의심하면서 도시, 그 변증의 여름을 벗어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