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프로그래머 - 임백준 지음/한빛미디어 |
이번 추석 고향을 갔다 오는 동안 기차 안에서 읽은 책입니다. 저자인 임백준씨는 프로그래밍 에세이를 많이 쓰시는 분이죠.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기술 서적도 아닌 에세이를 쓸 만한 거리가 있나 싶지만, 프로그래머의 어쩌면 지루해 보이기도 하는 일상을 아주 재밌게 잘 묘사하시는 분입니다.
지금까지 몇 권의 에세이를 써왔지만 책을 쓰는 목적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그것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것에 비해서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열정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로그래머들이 잠시 머리를 식힐 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임백준씨가 저자의 말에 쓴 위 글처럼 이번에 나온 '뉴욕의 프로그래머' 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는 것인데, 기승전결이나 갈등구도 등은 없지만 등장인물들을 전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하루하루는 충분히 빠져들게 합니다.
Concurrent Exception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천재 프로그래머의 전설을 거쳐, 경험이 있는 프로그래머, 자유분방한 프로그래머, 허울뿐인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중에서 주인공 '영우' 는 저자 자신을 인물로 만든 걸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왔으며 약간은 내성적이기도 하지만 가슴 속에는 열정을 담고 있습니다. 또 자기 멋대로 지만 GUI만큼은 잘 만드는 콜린이라든가 천재 프로그래머인 프라빈 등의 다양한 인물들은 저자가 만났던 많은 프로그래머를 투영시킨 것일 겁니다.
버그를 잡고 패치를 만들고 소스 트리에 Fix를 집어넣는 등의 프로그래머의 '업무'를 세세히 묘사한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 사람들은 정말 재밌게 일하는구나 싶습니다. 저도 매일같이 하는 것들임에도 소설 속의 인물들이 하는 게 더 재밌어 보이지요. 그들이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뉴욕이라는 대도시에서 일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겠죠. 그건 아마 임백준씨의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이 인물들 하나하나에 배어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반복되는 업무에 시들해져 가는 가슴을 다시 따뜻하게 데워주는 군요.